
싱글 집업의 카페 레이서 스타일 자켓은 가장 직관적인 라이더 자켓의 형태를 갖고 있고 그만큼 접근하기도 편해서 자주 입게 되는 스타일입니다. 초창기 카페 레이서는 셔츠의 형태에서 전체적인 디자인을 착안했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군더더기 없는 디테일과 깔끔한 싱글 집업의 형태는 입었을 때 셔츠를 입은 것과 비슷한 실루엣을 갖고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스타일의 자켓이 뭐냐고 묻는다면 정말 어느 하나 편애하는 자켓이 없는 것 같아 답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라이딩할 때 가장 자주 입는 자켓이 뭐냐고 제게 물어본다면 이 자켓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원한 늦여름부터 레이어드를 잘 해서 입으면 늦은 가을까지 무리 없이 라이딩 시에 입을 수 있고, 또 바이크를 탈 때가 아니더라도 어디에나 잘 매칭하기 쉬운 스타일이니까요.
어디에나 매칭하기 쉽지만 그렇다고 조용한 자켓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자켓은 단순한 구성 때문에 가죽의 질감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기에 적합한 자켓이라, 풀그레인의 광이 살아 있는 가죽으로 만들면 대단히 남성적이고 거친 매력이 있습니다. 착용자의 생활습관을 있는 그대로 받아내어 가죽의 경년변화를 통해 그려내는 일종의 도화지와도 같다고 할까요?
어느 날 옷장을 뒤지다 제가 갖고 있는 자켓 중 이 스타일의 자켓이 가장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여러분께 한번 소개를 해볼까 싶어 이렇게 블로그에 기고를 해보기로 결심했습니다.
1. TOYS McCOY J-100

정식 명칭은 아마 McHILL LEATHER D.D.313 SINGLE RIDERS JACKET으로 알고 있습니다. 24년 여름에 세컨드 핸드로 구매해서 지금 2년 넘게 입고 있는 자켓입니다. 이 자켓을 처음 입었을 때 놀라움과 만족감은 여전히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잘 입고 있는 자켓입니다. 벌써 군데군데 보이는 차심 현상이 눈에 들어옵니다.



저는 183cm에 74kg 정도 나가는 체격인데 이 자켓은 40 사이즈를 입고 있습니다. 어깨가 조금 타이트해서 자켓이 위로 살짝 말려 올라가는 현상을 제외하고는 핏적으로도 너무 만족스럽게 입고 있습니다. 토이즈맥코이 제품의 가죽의 훌륭함이야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 같습니다.





2. Real Simons “Mojave”
이 제품이 가장 최근에 제가 입기 시작한 제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2026 F/W 시즌에 출시된 자켓 중 가장 만족스러운 자켓을 뽑으라고 하면 저는 이걸 뽑겠습니다. 클래식한 J-100 실루엣을 가로로 넓히고 총장은 줄인 그런 디자인입니다. 아까 보신 토이즈맥코이의 자켓이 뒷판을 뒤로 나눌 때 어깨와 등 상부 라인을 기준으로 했다면 여기는 등 하부를 기준으로 전체적인 뒷판이 나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또, 액션 플리츠가 있어 활동성을 높인 게 특징입니다.



이 가죽의 진짜 매력은 두꺼운 말가죽입니다. 처음 받을 때는 그레인이 별로 없었던 거 같은데 몇 번 입자마자 주름이 잡히는 게 눈에 보일 정도입니다. 앞으로가 정말 기대되는 녀석입니다.



3. Freedom Burgundy Single Rider Jacket

이 제품은 서울 안국에서 있었던 구미래 빈티지 플리마켓에서 구매했던 Freedom사의 싱글라이더 자켓입니다. 아마 Lighthouse Vintage에서 구매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사진에서 표현이 될지 모르겠으나 제가 이 가죽자켓을 보고 반한 건 두꺼운 소가죽의 느낌과 풍부한 경년변화 그리고 한국 생산 라벨이 붙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자켓은 정말 입었을 때 그 존재감이 대단한 자켓입니다. 38 사이즈로 제 사이즈보다 한 사이즈 작고 그래서 소매 기장이 조금 짧지만 그럼에도 선택할 수밖에 없던 자켓이었습니다. 한국에서 생산을 했기에 연대는 추정컨대 70년대나 80년대 초반일 거 같습니다. 40년이 넘은 자켓이 보여주는 이 에이징의 느낌은 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4. Real Simons “J-100” Red Goatskin

이 제품은 고트스킨으로 만든 J-100 복각 모델입니다. 올해 5월 Real Simons의 공장에서 제가 착용해보고 너무 마음에 들어 갖고 왔던 모델입니다. 풀그레인 아닐린 고트스킨의 매력은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두껍고 촉촉한 가죽을 입으면 몸에 감기는 느낌이 일품입니다.



이번 도쿄 레더스 데이 행사 때 이 자켓을 입고 여러 부스를 누볐습니다. 아닐린 레더는 물에 약하다고들 하는데, 도쿄 레더스 데이 출장 당일 비가 조금 내려 이 자켓을 입고 비에 조금 젖었지만 크게 손상이 된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토이즈맥코이의 자켓과 디자인은 거의 동일한데, 이 자켓의 특유의 컬러감 때문인지 복각 자켓에서 간혹 느껴지는 지루함이 전혀 없습니다.






5. 쇼트 싱글 라이더

이 제품은 성수동에 있는 빈티지샵 High Kalla에서 산 제품입니다. High Kalla 사장님이 동묘에 있을 때부터 가서 물건을 구매했었는데 광장시장 근처에서 성수동으로 샵을 옮기고 난 지금까지 애용하고 있는 빈티지샵입니다. 그곳에서 구매한 쇼트의 자켓으로 보시면 아시겠지만 빈티지한 컨디션이 정말 매력적인 제품입니다. 물론 이런 제품은 취향을 강하게 타는 제품이라 누군가에게는 별 볼 일 없고 가치가 없는 자켓으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저는 이런 가죽자켓이야말로 그 어떤 자켓보다 자기만의 개성을 가진 자켓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이드 어드저스티드 디테일은 심심한 가운데 매력을 더하고, 빨간색과 파란색 투톤 줄무늬 장식은 레이싱 자켓의 무드를 물씬 나게 합니다. 화룡점정은 분홍색 체크무늬 안감입니다. 요즘은 이런 안감을 사용하는 곳이 잘 없습니다. 연도는 언제인지 모르겠으나 족히 40년은 거뜬히 넘었을 것 같은 컨디션입니다.





마치며
이렇게 하나로 모아놓고 보니 제가 갖고 있는 자켓들이 전부 다 다르고 또 저만의 매력이 뚜렷하여 뿌듯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한 벌 한 벌 자주 입어주지 못해 아쉬울 따름입니다. 저는 가죽자켓 다루기를 업으로 삼고 있기에 이렇게 많이 모으게 되었지만, 정말 애호가나 수집가가 아닌 이상 일반 소비자 분들이 이렇게 많은 제품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이 장르의 자켓은 핵심적인 디자인 구성이 단순하기에 각 제품마다의 미묘한 차이가 오히려 더 크게 느껴지고, 그래서 그런지 그 차이를 알아보고자 오히려 더 많이 사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여기에서는 제가 비교하지 않았지만 영화 할리데이비슨 앤 말보루 맨에서 말보루 맨이 입은 자켓을 복각한 자켓도 소장하고 있는데, 그 자켓 역시 이 싱글라이더 스타일입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고등학교에 올라가며 처음으로 구매했던 자켓 역시 이탈리아 캐주얼 브랜드의 양가죽으로 만든 카페 레이서 스타일이었습니다. 그 자켓을 이십 년 가까이 입었고 지금도 가끔 입을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20년 나아가서 30년 넘게 애정을 갖고 입을 수 있을 만한 싱글 라이더 자켓을 찾게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 저희가 많은 도움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