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코트 하면 보통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1930년대, 지붕 없는 차, 추위에 떨던 운전자, 그래서 생긴 코트. 그런데 옛날 카탈로그를 몇 장만 넘겨 봐도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1930년대 카코트" 하면 떠오르는 그 코트, 말가죽에 30인치 정도, 허벅지 중간쯤에서 끝나는 그 코트는 1920년대에 이미 수천 벌씩 팔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걸 카코트라고 부른 사람은 없었습니다. 카탈로그에는 그냥 가죽 코트, 말가죽 코트, 가끔은 블레이저라고 적혀 있습니다. 카코트라는 이름은 30년쯤 뒤에야 나왔고, 그때는 아예 다른 코트에 붙었습니다.
저희 카코트 두 벌을 다시 손보면서 옛날 시어스와 몽고메리 워드 카탈로그를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거기서 찾은 이야기와, 지금 한 벌 고민하고 계신 분께 그게 왜 중요한지를 풀어 보려고 합니다.
일터에서도, 시내에서도 코트 한 벌
먼저, 누가 입던 옷이었을까요? 1925년 몽고메리 워드가 가장 잘 팔리는 가죽 자켓 바로 아래에 답을 적어 두었습니다.
"농부, 마부, 운전기사, 스포츠맨, 운전자, 우편배달부, 목장 일꾼, 벌목꾼. 한마디로 날씨가 어떻든 밖에서 일하는 남자라면 누구나."
몽고메리 워드 1925-26 가을·겨울 카탈로그 303쪽. 원문: "For farmers, teamsters, chauffeurs, sportsmen, motorists, mail carriers, ranchmen and lumbermen: in fact, any man whose work takes him out doors regardless of weather."
운전자도 들어 있긴 합니다. 스포츠맨과 우편배달부 사이에 끼어서요. 차를 위한 옷이라기보다,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입던 코트였던 겁니다. 1929년쯤 되면 워드는 설명하기도 귀찮았는지 지면 머리말에 "Work · Sports(일 · 스포츠)"라고만 적어 둡니다. 시어스는 더 짧았습니다. "일을 하든 운동을 하든, 이 가죽 코트 하나면 됩니다."
그런데 정말 재밌는 건 그림입니다. 삽화가들이 그 코트 안에 뭘 입혀 놨는지 보세요. 셔츠 칼라에 타이입니다. 한두 번이 아닙니다. 넘기는 지면마다 그렇습니다.


같은 코트를 입고 일터에도 가고 시내에도 나갔던 거죠. 일할 옷과 외출할 옷을 따로 고를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루가 어디서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날, 일단 걸치고 나가던 코트였습니다. 사실 지금도 이미 입은 옷 위에 걸치기엔 이만한 가죽이 없습니다. 셔츠든, 니트든, 주름 잡힌 바지든요.
영화도 이 그림을 놓지 않았습니다. 60~70년대 프랑스 범죄 영화의 리노 벤투라, 『콘돌』에서 쫓기는 CIA 분석가를 연기한 로버트 레드포드, 『세븐』과 『인섬니아』에서 형사를 맡은 브래드 피트와 알 파치노. 시대는 달라도 그림은 같습니다. 셔츠에 타이를 매고, 그 위에 가죽 코트를 걸치고, 어딘가 바쁘게 가는 남자.




차가 따뜻해질수록 코트는 짧아졌습니다
그럼 차 이야기는 어디서 나오냐고요? 흔히 듣는 이야기가 절반쯤 맞는 게 바로 여기입니다.
지붕 없는 차도, 거기서 입던 긴 모피와 리넨 더스터도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러다 차에 지붕이 생깁니다. 1919년쯤엔 새 차 열 대 중 한 대꼴로만 지붕이 있었는데, 1926년엔 거의 네 대 중 세 대가 됐습니다. 히터는 30년대 말쯤에야 따라왔고요.
정리하면, 차가 바뀔 때마다 코트도 모습을 바꿔 온 셈입니다.
| 차 | 코트가 할 일 | 생김새 | 부르던 이름 |
|---|---|---|---|
| 지붕 없음 (1920년대 중반까지) | 바람과 비를 막는다 | 무릎 아래까지. 모피, 리넨 더스터 | 모터 코트, 오토모빌 코트 |
| 지붕은 있는데 아직 추움 (1920년대 중반~1940년대) | 따뜻하면서도 앉고, 운전하고, 내려서 일하기 편해야 한다 | 30~34인치. 말가죽 | 가죽 코트, 말가죽 코트 |
| 지붕에 히터까지 (1950년대부터) | 거추장스럽지만 않으면 된다 | 짧고 가볍다. 대부분 천 | 카코트 |
지금 저희가 카코트라고 부르는 옷의 원형은 바로 두 번째 줄의 코트입니다. 지붕이 생기니 소매 달린 담요 같은 옷은 더 필요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차 안은 여전히 추우니 따뜻한 옷은 있어야 했죠. 그리고 무릎까지 내려오는 옷은 운전대 앞에서 정말 거추장스럽습니다. 시어스가 1929년 코트를 설명한 말이 딱 그겁니다.
"길이는 30인치이고, 넉넉하게 재단해서 어디 한 군데 끼지 않습니다. 움직이기가 아주 편합니다."
시어스 1929-30 가을·겨울 카탈로그 470쪽. 원문: "This coat is thirty inches long and cut full so that it does not bind at any point. Allows perfect freedom of action."
그래서 앞판 디테일보다 길이를 먼저 제대로 잡아야 합니다. 너무 길면 앉을 때마다 옷이랑 씨름하게 되고, 너무 짧으면 더 이상 코트가 아니게 됩니다. 허벅지 중간이라는 길이는 어쩌다 굳어진 유행이 아닙니다. 추운 차를 타던 사람들이 몸으로 찾아낸 길이입니다.
처음부터 두 갈래였습니다
카코트를 좀 찾아보신 분이라면 아실 겁니다. 생긴 게 다 제각각이죠. 어떤 건 길고 밋밋하고, 어떤 건 더 짧은 대신 주머니며 스트랩이 잔뜩 붙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한쪽이 원조고 다른 쪽은 나중에 나온 변형이겠거니 싶어집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둘 다 처음부터 있었고, 대개는 같은 지면에 나란히 실렸습니다. 1928년 시어스는 주머니 두 개짜리 밋밋한 30인치 코트 바로 옆에 "주머니가 모두 네 개"이고 "허리를 한 바퀴 두르는 말가죽 벨트"가 달린 32인치 코트를 붙여 놨습니다.


한 장 넘기면 벨트가 등 뒤로 돌아가 있습니다. "튼튼하고 넉넉한 주머니 두 개. 등 뒤에 하프벨트." 워드도 1929년에 같은 선택지를 자기 식으로 내놨습니다. 단정한 싱글브레스트 30인치로 할지, 큼직한 더블브레스트 34인치로 할지.


그러니까 카코트에는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군더더기를 덜어내 실루엣으로 승부하는 쪽, 그리고 손 넣을 주머니와 허리를 잡아 줄 벨트처럼 일하는 데 필요한 것을 더하고 길이는 조금 짧게 가져가는 쪽. 어느 한쪽이 원조고 다른 쪽이 아류인 게 아닙니다. 저희 카코트 두 벌도 이 두 방향을 하나씩 따르고 있고, 이번에 다시 손보면서도 그 방향만큼은 바꾸지 않았습니다.
왜 하필 말가죽이었을까요
카탈로그는 가죽 자랑에 거침이 없었습니다. 내세우는 건 딱 하나, 질기다는 것이었죠.
"코트 가죽 가운데 가장 강하고 가장 질긴 가죽."
시어스 1929-30 가을·겨울 카탈로그. 원문: "The strongest, toughest coat leather known."
"이런 통가죽 옷은 '쇠처럼' 오래갑니다."
몽고메리 워드 1925-26 가을·겨울 카탈로그. 원문: "An all leather garment of this kind will 'wear like iron.'"
그렇다고 값싼 부산물도 아니었습니다. 농장에서 말이 줄어들면서 1928년에 이미 시어스가 가격 때문에 양해를 구하고 있었으니까요. 1941년엔 고급 옵션이 됐고, 1959년 워드 크리스마스 카탈로그에선 말가죽이라는 말이 딱 두 번 나옵니다. 둘 다 야구공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이 옷을 카코트라고 부르기 시작했을 땐 정작 이 옷을 만들던 말가죽이 이미 카탈로그에서 사라진 뒤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이름이 붙었습니다
"카코트"라는 말은 5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거의 보이지 않다가, 갑자기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합니다. 1959년 워드 크리스마스 카탈로그에는 "남자와 그의 차를 위해(For the Man and His Car)"라는 지면에 카코트가 실렸습니다. 세탁기에 빨 수 있는 데이크론 소재로, 짧고 가벼워서 운전할 때 걸치기 좋은 옷이었죠.
이게 히터 달린 차를 위한 코트입니다. 1928년의 말가죽 코트와는 다른 옷이고, 지금 카코트라는 이름으로 팔리는 옷 대부분은 이쪽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렇다고 가죽 쪽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카탈로그에서 영화로 자리를 옮겼을 뿐이죠. 60~70년대 유럽 영화 속 남자들은 1928년 시어스가 그린 그대로 입었습니다. 타이나 터틀넥 위에, 조금 길게, 군더더기 없이.


저희 카코트의 기준은 이 50년대 천 코트가 아니라, 이름이 붙기 전의 그 말가죽 코트입니다.
지금 한 벌 고르신다면
이 코트가 좋은 이유는 지금도 그대로입니다. 짙은 셔츠 위에도, 서류가방 들고 나서는 날 스웨터 위에도요. 안에 뭘 입으셨든 바꾸실 필요가 없습니다.


얘기가 길었는데요, 딱 세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 입고 앉아 보세요. 결국 길이가 전부입니다. 서 있을 땐 몸을 덮어 주고, 앉으면 걸리적거리지 않아야 합니다. 말려 올라가거나 엉덩이 쪽에서 뭉치면 안 됩니다.
- 무슨 가죽인지 물어보세요. 요즘 가죽 카코트라고 파는 것 중엔 소가죽, 양가죽, 아예 가죽이 아닌 것도 많습니다. 말가죽이 원조였던 데는 다 이유가 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게 귀해졌습니다.
- 갈래를 고르세요. 길고 덜어낸 쪽이냐, 주머니와 벨트를 단 짧은 쪽이냐. 둘 다 원조입니다. 평범한 아침에 어느 쪽에 손이 갈지만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다시 손본 카코트 두 벌, 11월에 찾아뵙겠습니다.
- 시어스 로벅 카탈로그: No. 157, 1928-29 가을·겨울 (364-366쪽); No. 159, 1929-30 가을·겨울 (470-471쪽). Internet Archive.
- 몽고메리 워드 카탈로그: No. 103, 1925-26 가을·겨울 (303쪽); No. 111, 1929-30 가을·겨울 (338-339쪽); 1941 가을·겨울; 1959 크리스마스. Internet Archive.
- Automobile Facts and Figures, 1927, "Per Cent Closed and Open Cars by Years (U.S. and Canada)", 14쪽. National Automobile Chamber of Commerce.
- Historical Statistics of the United States, Table Da983-987, 농장의 말과 노새 수.
- Google Books Ngram Viewer, 영어 2019 코퍼스: "car coat", "motor coat", "automobile coat".
- 영화·보도 사진의 권리는 각 스튜디오와 사진가에게 있습니다.